
	제목 : ⑦ 이주여성 정서지원 사업친구도 사귀고 자신감도 쑥… “표정 밝아졌대요”

세계일보	2009-02-11 10:39:48, 조회:1,009, 추천:354

[다문화 한가족] ⑦ 이주여성 정서지원 사업친구도 사귀고 자신감도 쑥… “표정 밝아졌대요”

◇지난해 11월1일 대전가톨릭문화회관에서 연극 공연을 마친 이주여성들과 그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덕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2001년 필리핀 세부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다 대전광역시로 시집온 엠마 탐포스(41)씨. 지난해 4월 대전 대덕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연극동아리 회원을 모집한다고 하자 주저없이 지원했다.

한국어는 서툴렀지만 연극을 통해 한국어를 익히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연습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연습이 시작되자 한국어로 하는 연극반 활동은 쉽지 않았다. 대덕센터와 대전시 교육연극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극반 활동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체계적으로 진행된 때문이다.

매주 한 차례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연극반 교육은 초기에는 연극을 놀이로 인식하고 동아리 회원 간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소개와 몸으로 인사 나누기 등 간단한 동작을 연습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표현 기법과 발성법, 대본을 읽고 이해하기, 소품과 의상 만들기 등 본격적인 연극 연습에 돌입하자 2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중도탈락자가 늘기 시작했다. 엠마씨도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 (연극을) 못하면 평생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7월 초에는 동료 5명과 함께 초연작으로 ‘돼지 삼형제’를 결정했다. ‘돼지 삼형제’는 엄마·아빠·아기돼지, 늑대, 허수아비역을 맡는 7명의 배우가 필요했지만 인원 부족으로 엠마씨가 엄마돼지역과 늑대역을 동시에 맡았다.

심도 있는 연습이 진행되면서 대사 암기보다는 서툰 한국어 발음이 문제로 다가왔다. 아무리 연기가 훌륭하더라도 정확한 의사전달이 안 된다면 공연은 무의미했다.

매일 잠들기 전에 한 시간씩 아들 오상국(7)과 딸 오혜진(5)과 함께 대본을 읽으며 발성 연습에 몰두했다. 그는 “매일 대본연습을 해 아이들이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저보다 더 재밌어했어요”라며 “아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끝까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여성들의 땀과 열정이 밴 ‘돼지 삼형제‘는 지난해 11월1일 대전가톨릭문화회관에서 막이 올랐다. 엠마씨는 20여분간의 공연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혼신의 정열을 쏟았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무사히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며 “연극이 끝난 뒤 제가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됐고,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결혼이민자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보건복지가족부의 정서지원사업이 매년 지역 특색에 맞게 공예교실과 전통문화 체험, 동화구연, 사물놀이 등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덕센터는 지난해 연극을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영화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덕센터가 준비중인 작품은 영화인협회와 공동으로 결혼이주여성 15명을 선발해 제작할 10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방식은 연극반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영화만들기에 앞서 이주여성들은 한국과 자국 영화를 비교해 보면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이런 다음 이주여성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들고, 촬영기법을 배우며 혼자 또는 팀을 짜서 영화를 찍는다.

경남 함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친정어머니 맺어주기 사업’을 벌여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2003년 함양군에서 추진한 ‘이모 맺어주기 사업’을 확대한 것으로, 지난해까지 70쌍이 맺어졌다.

함양센터는 결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0월 초에는 ‘친정 어머니’와 결혼이주여성 88명을 모아 석굴암과 불국사 등 경주 여행을 보내기도 했다.

1996년 필리핀에서 시집온 알마 아이다시씨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도 고국에 잘 가지 못했는데 ‘엄마’가 생겨 좋다”면서 “친정어머니 맺어주기 사업은 이주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알마씨의 ‘친정 어머니’로 선정된 임순남(53)씨는 “전화도 자주 하고 만나면서 언니 동생처럼 지낸다”고 자랑했다.

함양센터는 또 이민자들의 ‘자국 명절 찾아주기 사업’도 벌이고 있다. 우리 추석과 비슷한 네팔의 ‘더싸이’(10월9일)와 필리핀의 ‘만성절’(11월2일) 때는 서울 등지에서 식재료를 구매해 주고 명절을 지낼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3∼5년차 이주여성들의 하루 일과와 집 주변 풍경 등을 촬영해 부모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보내기 사업’도 펼쳐 호응을 받고 있다.

올해는 노래방 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는 지난해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 사업을 선정했다.

이미 일주일에 한 차례씩 노래방 교실을 운영하기 위한 노래 선생님 초빙과 노래방 기기 임대계약을 마친 상태다.

함양센터 박병호(43·사회복지사)씨는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정서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효과가 바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다문화가족의 갈등 요인을 사전에 예방하고 화목한 가족으로 발전하는 데 기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2007~2008년 언론보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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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국제결혼이주여성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