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다문화 한가족 시대] ⑨ 뿌리내리는 가족통합교육

세계일보	2009-02-25 10:16:17, 조회:1,026, 추천:371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의 가족통합교육을 마치며 진행된 세족식에서 다문화가족 남편들이 부인의 발을 닦아주고 있다.

박병윤(38)씨는 2005년 베트남 여성 구엔쭉리(26)씨와 결혼했다. 말이 안 통하는 데다 생각과 문화가 다른 탓에 신혼 1년 동안은 많이 싸웠다. 그런 와중에도 정이 들어 아들(3)과 딸(1)을 낳았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부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전북 익산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1박2일 가족통합교육을 신청했다. 그리곤 부안군의 원광대 임해수련원에 도착해 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바라봤을 때 2007년 베트남 처가에 간 것을 빼고는 가족여행이 처음이구나 하는 생각에 부인에게 미안했다.

그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센터에서 배우자 교육이 있다며 10여명의 남편들만 다른 방으로 모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박씨는 왠지 부담스러웠다. 교육이 딱딱하고 재미없을 거란 생각과 함께 별달리 들을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소개를 하면서 별명을 짓고, 베트남과 필리핀 등 아내들 나라의 문화 이해와 건강한 성생활, 가정경제 설계, 상대방을 배려하는 건강한 부부대화법 등으로 이어진 강의를 듣다 보니 이러한 고정관념은 바뀌었다.

강의가 끝날 즈음 강사가 숙소에 돌아가서는 부인 나라 말로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고 표현하면 좋아할 것이라고 해 박씨는 용기를 내 부인에게 베트남어로 “신로이”, “깜언”, “안 요우 엠”이라며 외쳤다.

하지만 부인은 좋아하기는커녕 되레 한국말로 하라며 면박을 줬다. 당황한 박씨가 이유를 묻자 부인은 “한국에 살아야 하니까. 저는 한국말만 해야 해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박씨는 부인이 더욱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다음날 부인 세족식을 할 때 박씨와 꾸엔쭉리씨는 서로 눈시울이 뜨거워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박씨는 “교육을 받고 나서는 아내에게 말할 때 함부로 얘기하지 않고 한번 더 생각한다”면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에는 아내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의 관계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보건복지가족부위 가족통합교육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통합교육은 결혼이주 여성의 배우자뿐만 아니라 시부모와 자녀들에게 부인·며느리·엄마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우리 문화와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서로의 노력 등을 통해 가족 화합을 이루도록 꾸며졌다.

경기 고양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는 지난해 6월 가족통합교육 때 결혼이민자 부부 3쌍을 초청해 ‘다문화가족의 한국 생활 적응’ 성공사례를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2004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김수연(36·아동양육지도사)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남편과 다른 식성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며 “남편은 보통 때는 온화하지만 화가 나면 ‘욱’하는 성격이 드러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로 양보하면서 살다 보니 남편도 제 입맛에 맞춰지고, 저도 남편의 식성에 따라가게 됐다. 현명한 부부관계는 서로 성격을 이해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노하우를 제시했다.

2005년 베트남 신부를 맞은 박정선씨는 “사서삼경 대학 편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심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라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며 “현명한 부부관계의 유지법은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원 원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해 상반기에 지원센터를 방문하기 어려운 면 단위 지역에 사는 20가구의 다문화가족을 찾아 가족교육을 했다.

교육 중 일부 시부모들은 동남아 지역 출신 며느리들이 느리고 봄가을에도 두꺼운 옷을 입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센터 직원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사람들은 보통 오전 10시쯤 일어나 생활한다. 이는 습관이 몸에 밴 때문”이며 “옷을 많이 입는 것은 무더운 지역에서 성장한 탓에 우리나라의 봄가을도 겨울처럼 춥게 느낀다”고 문화 차이를 소개했다.

원주센터는 방학 중에는 다문화가족 자녀 10여명에게 ‘자녀 교육’도 한다. 센터에 가족사진을 가지고 와 가족을 소개하고 엄마 나라 말을 배우게 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7월에는 1박2일로 인제 ‘냇강마을’로 캠핑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문화가족 자녀는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고기도 잡고 옥수수를 따며 농촌생활을 경험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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