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다문화 현장사람> ② '이주여성의 대모' 한국염

연합뉴스	2011-08-29 13:17:56, 조회:402, 추천:108

"국제결혼 부작용의 뿌리는 사회 양극화"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피해를 보는 한국 남성들도 있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국제결혼은 잘못됐다고 봐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한국염(62) 대표는 '이주여성의 대모'로 통한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그의 허름한 사무실을 찾았다.

국제결혼의 실태와 이주여성 정책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던 그의 입에서 이주여성이 아니라 그들과의 국제결혼으로 피해를 본 일부 선의의 남성들에 대해 "참 딱하게 생각하죠"라며 의외로 동정섞인 반응이 나왔다.

"(돈을 벌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위장 결혼한 여성이) 입국한지 며칠 되지 않아 집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가슴 아픈 남편들의 사연들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 경우 저희는 당혹스럽죠."

10년 넘게 이주여성을 보호하는 활동을 벌여온 그는 "당신들은 왜 남편 인권은 생각하지 않는냐고 피해 남편들이 따져물을 때 그건 다른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대답해요. 이 센터는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라며 잠시 뜸을 들였다.

왜 그의 인권 활동은 이주여성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을까.

그는 한신대를 거쳐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목사다. 하지만, 남편 최의팔 목사와 유학을 끝내고 1991년 귀국해 창신2동 청암교회에서 민중 목회 활동을 시작으로 그야말로 이 사회의 낮은 곳만을 지켜왔다. 그러던 중 1996년 임금체불, 성희롱 등을 겪다가 청암교회로 도망온 외국인 노동자 8명을 만나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해에 남편과 함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다가 이주여성 문제는 별도의 젠더(Gender)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001년 외국인여성노동자의 집을 부설 조직으로 차렸고, 사업이 커진 게 올해로 사실상 10주년를 맞은 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됐다. 현재 이 센터는 한국어교육, 상담, 부설 쉼터 등 이용자가 연간 1천500명을 넘는다.

이 땅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살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주여성 문제로 연결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머뭇거리던 그가 '아∼, 지금 고민이...'라며 긴 탄식을 하고 말을 이었다.

"여성 인권도 인권이고, 남성들이 당하는 피해도 문제고, 국제결혼 하려는 남성들한테 하지말라고 할 수도 없고, 이 문제는 결혼 문제로 풀어서는 얘기 안 되고 근본적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으면 영원한 악순환이 될 수도 있어요."

그의 얼굴에 고민이 배어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자포자기하지 않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온 그답게 "현재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면..."이라고 다시 입을 뗐다.

상당수의 국제결혼이 개인 브로커들을 통해 이뤄지고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는 영리 목적의 결혼중개를 아예 금지해놓고 있는 점 등 현실의 환경을 설명하면서 현행 결혼중개업법에 의한 관리감독만으로는 피해를 예방하기가 역부족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래서 현지에서 결혼한 뒤 남녀 모두 영사 앞에서 확인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도 검토할 수 있는데, 세게 주장하지는 못한다"며 그 이유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려도 '반골 기질이 있는' 인권 운동가이지만 동시에 합리적인 면모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남편에게 맞고 사는 이주여성들의 문제에 일찍 눈을 떠 이들을 일선 현장에서 돕는 활동을 하는 한편 현행 이주여성 관련 제도의 틀을 닦은 이 분야의 선구자다.

2006년 가정폭력방지법의 보호대상으로 이주여성이 포함된 것도, 이주여성을 교육해 상담원으로 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긴급이주여성지원센터가 만들어진 것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처럼 이주여성 관련 제도에 주춧돌을 놓는 역할을 한 것 이상으로 그는 가정폭력의 피해를 본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자리잡고 살수 있도록 현장에서 도우면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얼마 전에도 쉼터를 이용했던 여성이 '대표님, 저 국적 땄어요'라며 찾아왔다"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현장 활동 과정에서 이주여성의 남편이 흉기까지 소지하고 쉼터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등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쉼터를 아예 파출소 뒤에다 옮겨놨어요."

그가 그리는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모자이크처럼 각각 있으면서 하나의 전체 그림을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라며 "각각 고유의 색깔을 갖되 어울려서 아름답게 보이는 게 무지개지요. 다 섞어놓으면 흰색 아니면 검정색 아니냐"고 그는 반문했다.

다문화의 상징으로만 무지개를 사용할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는 얘기다.

2007~2008년 언론보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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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국제결혼이주여성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