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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금이 다문화교육의 애칭 논할 때인가
경향신문   2011-05-31 09:34:15, 조회:506, 추천:174
지금이 다문화교육의 애칭 논할 때인가
장한업|이화여대 교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다문화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것에 어울리는 애칭을 공모했다. 이 공모를 보는 순간 두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교과부가 추진하는 다문화교육에 왜 별도의 애칭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애칭은 대부분 사람과 관련해서 만들고, 다문화교육과 같은 이론이나 정책에 애칭을 붙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하나는 다문화교육의 활성화와 애칭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다문화교육이 적당한 애칭이 없어서 활성화가 안 된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공모한 애칭이 앞으로 다문화교육을 크게 활성화할 것 같지도 않다. 교과부가 이렇게 별 상관도 없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 혹시 이 부처가 다문화교육을 무슨 행사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교과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다문화교육에 어울리는 애칭을 찾는 일이 아니라 다문화교육이라는 명칭을 지금처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 명칭은 1980년대 중반 미국의 ‘multicultural education’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90년대 중반 여성 결혼이민자의 자녀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유아교육과 관련돼 쓰였고, 그들이 초·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점차 각급 학교로 확산됐다. 2006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이 용어를 공문서에 사용하면서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이런 용어 사용에는 두 가지의 큰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미국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미국은 신대륙 발견 이후 광활한 영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부터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인 대표적인 이민국가다. 이에 비해 한국은 단일민족임을 자처하며 살아오다가 불과 20년 전부터 이민을 허용한 나라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시한 채 교육 당국이 미국의 다문화교육을 국가의 공식 정책으로 삼은 것은 그 자체가 섣부른 결정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교육 당국이 다문화교육을 공식화함으로써 미국의 다문화교육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유럽의 상호문화교육 (intercultural education)에 대한 고려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렸다는 것이다. 유럽의 상호문화교육은 1970년대 초반부터 프랑스와 독일에서 많이 연구됐고, 요즈음에는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에 의해서 널리 권장되고 있다. 2006년에 발간된 유네스코 지침서를 따르면 미국의 다문화교육은 다른 문화를 가르쳐서 그 문화를 수용하거나 관용하도록 하는 반면에 유럽의 상호문화교육은 이런 소극적인 공존을 넘어서서 상이한 문화집단들 간의 대화를 조장함으로써 다문화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상호문화교육은 한국과 같이 민족중심주의가 유달리 강한 나라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교과부는 이제라도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다문화교육는 애칭을 찾는 대신 다문화교육을 대신할 용어를 찾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는 미국의 다문화교육과 유럽의 상호문화교육을 아우를 수 있는 ‘다문화사회교육’이라는 용어를 제안하는 바이다. ‘다문화사회’가 “인종적,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면 이와 관련된 모든 형태의 교육을 ‘다문화사회교육’이라고 부르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다문화교육, 상호문화교육, 이중언어교육, 외국어교육, 모어교육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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