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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보보호’ 벽에 막혀 지원대상 이주여성 파악 ‘한계’
문화일보   2011-06-24 09:35:07, 조회:486, 추천:169




▲ 21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덩청잉(오른쪽)씨의 집에서 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속 한국어 선생님들이 덩씨를 상대로 ‘다문화가족 방문 교육’을 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젖먹이 아기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센터를 찾아갈 형편이 못됐는데 이렇게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오셔서 한국어 수업을 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덩청잉(여·43)씨의 집에서는 ‘다문화가족 방문 교육’이 한창이었다. 다문화가족 방문 교육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직접 찾아와 교육을 받을 여건이 안 되는 결혼 이민자들을 위해 센터 소속 교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일주일에 두 번 ‘한국어 과외’를 해주는 서비스다. 덩씨는 서툰 한국말로 “2개월 전에 태어난 수연(덩씨의 딸)이를 두고 센터를 찾아갈 형편이 못된다”며 “매번 직접 찾아와 한국말을 가르쳐주니 어떻게 감사를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덩씨의 옆에 있던 한국어 선생님 한해숙(여·48)씨는 “덩씨처럼 직접 센터를 찾아오기 힘든 이주 여성이 많은데 우리 센터가 방문 교육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 다문화 가정 거주지 파악 안 돼 혜택 ‘사각지대’ 발생 = 방문교육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지만 이런 방문교육서비스를 모든 결혼 이민자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문화지원센터에서는 관내 결혼 이민자들의 거주지 등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속 임새론 사회복지사는 “우리 센터가 마련한 방문교육서비스를 은평구에 거주하는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모든 이주여성들에게 제공하고 싶지만,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말을 못하고, 한국 문화가 낯선 결혼 이민자들이 분명히 많을 텐데, 이들이 교육 혜택을 못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는 법무부가 파악하고 있는 이주 여성에 관한 거주지 정보 등을 다문화 정책 주무 부서인 여성가족부가 넘겨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입국 시 얻는 외국인 정보와, 이주 여성이 한국에 입국 후 90일 이상 체류 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외국인 등록’을 통해 거주지 정보 등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위배돼 여성가족부에 관련 정보를 넘겨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다문화지원센터들은 도움은 주고 싶으나, 도움받을 대상이 어디 있는지 몰라 이주 여성들을 돕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 정보가 없어 지원을 받아야 할 다문화가정이 어느 것에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일부 다문화 가정의 폐쇄적 분위기도 문제 =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또 있다. 대개 다문화 가정은 40세가 넘은 한국 남성과, 20세를 갓 넘긴 이주 여성과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해숙씨는 “일부 다문화 가정에서는 나이 많은 한국인 남편들이 아내가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센터에 가서 나쁜 친구를 만나 안 좋은 문화 등을 배우게 될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새론 복지사도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릇된 인식으로 부인이 교육을 받는 것 자체를 꺼리는 일부 다문화 가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여성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남편들도 이주 여성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 정책도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역시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한국인 남편들이 부인이 교육받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라며 “이들에게 교육을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의 고충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여성가족부, 다문화 가정 현황 파악 위해 입법 추진 = 여성가족부는 효율적인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다문화 가정 거주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반기(7~12월)에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해 이주 여성의 개인정보를 관련 부처에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법 개정을 위해 현재 법무부와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다문화가족 지원의 첫걸음은 다문화가족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라며 “전산 등을 갖춰야돼 당장은 시행하기 힘들겠지만,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법 개정을 완료해 시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협조해 이주 여성이 외국인등록 시 이들로부터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정보 활용을 동의한 이주 여성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해당 정보를 넘겨받아 거주지 인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소개해주는 등의 지원활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의 협조를 통해 이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경우, 현행보다 더 나은 다문화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기은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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