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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배워서 남주는 재미 아세요 ?”… 후배 이주여성들 ‘멘토’로
문화일보   2011-07-29 09:52:06, 조회:753, 추천:194


▲  경북 예천군 예천읍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조선족 출신의 주홍매(앞줄 가운데)씨를 향해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예천 =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지난 22일 오후 경북 예천군 예천읍 대심리 예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예천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고 있던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의 이해’라는 교육을 받기 위해 모처럼 모인 것이다. 그런데 교육에 앞서 이들을 남달리 반겨 주는 사람이 있었다. 중국 조선족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인 주홍매(36)씨였다. 그는 후배 결혼이주여성들과 일일이 포옹을 했다.

“행복한 삶도 노력하기에 달려 있어요. 낯선 사람들과 한 울타리에 살면서 의사소통과 경제적 어려움, 서로 간의 갈등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함께 이겨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주씨는 이 센터의 총괄팀장이다. 그러나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그는 팀장이란 직책보단 고민을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는 ‘맏언니’로 통한다.

실제로 주씨가 해결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8년 7월 예천에 온 베트남 출신 누엔티탄닙(24)씨는 남편(48)과 결혼해 아들(2)을 두고 있다. 그러나 남편이 얼마 전 과수원에서 일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힘든 상황에 처했다. 함께 살고 있는 시부모와 시삼촌을 모시고 남편 수발까지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 양육 문제가 불거져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었다. 결국 주씨가 나서서 가족들과 상담해 시어머니와 집안일을 분담했다. 또 누엔티탄닙씨 친정 부모를 아예 한국으로 오게 해 시댁 옆에 집을 마련, 친정과 시댁이 어울려 함께 사는 화목한 가정으로 탈바꿈시켰다.

2005년 9월 예천으로 이주한 베트남 출신 마이터이티이(26)씨 역시 주씨의 도움으로 가정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마이터이티이씨는 농사가 시원찮아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남편(45)과 자주 다퉜다고 한다. 주씨는 이러한 사정을 듣고 이 가족과 의논, 마이터이티이씨를 센터 내 통·번역 업무와 어린이집에서 자국 문화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게 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줬다. 마이터이티이씨는 “맏언니(주씨) 덕분에 일자리를 얻게 돼 갈등으로 서먹서먹했던 남편뿐만 아니라 시어머니와도 사이가 좋아졌다”며 “남편도 예천읍내 기업체에 일자리를 얻어 집안 내 갈등이 모두 해소됐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예천군의 결혼이주여성은 현재 318명으로 2년 전 25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주씨는 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생활과 교육 등을 일일이 챙기고 있다. 센터에서 다소 먼 곳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면(面) 단위 지역 4개 초등학교 도서관을 빌려 매주 한 차례씩 열리는 한국어 교육 강좌도 지원하고 있다.

주씨는 결혼 전 중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치매에 걸린 조모와 증조모를 모셨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웃어른 공경을 귀가 닳도록 듣고 어른들을 수발했다”며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시부모 모시는 역할을 적극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씨는 2000년 초 중국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다가 이모의 소개로 여행 온 남편(48)을 만나 결혼했으며 아들(12) 하나를 두고 있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건축업을 하는 남편의 사업이 갑자기 기울면서 숱한 고생을 겪었다. 신혼집은 방 한 칸이 전부였다. 여름에는 곰팡이가 피고 겨울에는 벽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1년에 2차례 도배를 하기도 했다. 2001년 1월 당시 아이가 6개월 됐을 때는 보일러 기름 값조차 없어 냉방에서 서러운 시절을 보냈다. 주씨는 절망감에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나 이후 문밖 출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이 많은 남편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5년 우연한 기회에 예천노인복지회관의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안동에 있는 대학의 야간 과정을 다니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그는 예천노인복지회관에서 요양보호사 관리 업무를 맡아 앞을 보지 못하거나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가 목욕을 시키고 대변을 치웠으며 도시락 배달도 했다. 2년 전에는 식도암에 걸린 고향의 아버지(71)를 한국으로 모셔 와 수술받게 해 건강을 되찾도록 했다. 현재 고향 부모와 예천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이 같은 지극한 효심이 소문나면서 2009년 9월 센터 내 총괄팀장으로 발탁됐다. 전국 곳곳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 결혼이주여성이 팀장을 맡은 것은 주씨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경험한 삶이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조언을 해 주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해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아내와 며느리, 부모의 역할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이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예천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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